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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틀에 박힌 정답에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우는 것, 우리 공교육이 오랫동안 지향해 온 목표이기도 하죠.
이런 가운데 세계 석학들의 통찰을 담은 수업 자료가 학교 교육의 풍경을 바꾸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EBS의 대표 평생교육 프로그램인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를 실제 교과 과정에 도입한 용인 외대부고의 사례인데요.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입시 중심으로 굳어진 교실
밀려난 인문·철학 교육
용인외대부고, EBS <위대한 수업> 도입
세계 석학의 강의, 학교 교실로
심화 강의·독서·논술 수업
인문 기반 학문적 탐구
사고력·자기주도학습
수업 현장에 나타난 변화
외대부고가 그리는
<위대한 수업> 기반 수업 혁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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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새로운 수업 방식이 불러온 교육적 변화, 용인외대부고 박인호 교감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감 선생님, 어서오세요.
외대부고는 해외 석학 강의를 학교 수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운영하고 계십니까.
박인호 교감/ 경기 용인외대부고
'위대한 수업'을 본격 활용한 건, 2023년도부터니까 이제 만 3년째 운영중입니다.
외대부고에는 오래전부터 운영해 온 독서 토론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1학년은 '소크라틱 디베이트 포럼', 2학년의 경우는 '인문학 고전 강독', 그리고 '학문의 융합'이라는 창체 프로그램인데요.
여기에 '위대한 수업'을 접목시켜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4~5명씩 팀을 이뤄서 관심 분야의 '위대한 수업' 강의를 듣고, 거기서 생긴 호기심을 더 깊이 탐구하기 위해 책 3권을 선정해 읽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토론을 진행하죠.
매주 2시간씩 1년 동안 활동하는데요, 우수팀은 12월에 열리는 '스콜라포디움'이라는 학술제에서 발표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입시 중심의 고등학교 교육 환경에서 인문과 철학 교육은 소외되어 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 석학 강의를 학교 수업에 활용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박인호 교감/ 경기 용인외대부고
입시도 중요하지만, 외대부고는 꾸준히 인문학 중심의 전인교육을 중시해 왔습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유가 창의성의 토대라고 믿기 때문이죠.
사실 EBS '위대한 수업' 이전부터 해외 석학의 강의를 수강하고 발표와 토론을 접목하는 수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Coursera나 edX 같은 플랫폼을 활용했는데요, 하지만 방과후수업인 Elective Tracks(ET)로 진행하다 보니까 10명 미만의 소수 인원만 참여할 수 있었고, 영어 강의라 이해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한글 자막도 지원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2022년에 우연히 EBS의 '위대한 수업'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우리 학생들이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경제학 원론'을 공부하고 있었고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이런 석학들의 강의가 '위대한 수업'에 담겨 있더라고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는 이런 세계적 석학들을 섭외한 EBS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위대한 수업'을 활용한 교육을 하시면서, 학생들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특히 사고의 깊이나 질문하는 태도, 자기주도학습 측면에서 변화가 관찰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박인호 교감/ 경기 용인외대부고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와 단 10분 만이라도 대화할 수 있다면 애플을 통째로 바쳐도 좋다." 위대한 지성과 강의를 통해 교감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입니다.
실제로 살아있는 석학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되면, 학생들의 집중력과 호기심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가장 큰 변화는 질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죠.
질문의 깊이도 깊어지고, 때로는 인류애적인 위대한 질문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또 이러한 과정이 협력학습이다 보니,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사유가 깊어지는 시너지를 경험합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멀리 보는 안목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력을 기르게 되는 거죠.
무엇보다 학생들이 호기심을 따라 스스로 파고들어가는 자기주도 학습이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위대한 수업'이 지적 호기심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셈이죠.
서현아 앵커
해외 석학 강의를 활용하다 보니 학습 난이도에 대한 우려도 있을 텐데요.
학생들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기 위해 학교에서 마련한 지원이 있을까요.
박인호 교감/ 경기 용인외대부고
맞습니다.
난이도에 대한 우려가 있었죠.
다행히 외대부고 학생들의 수준이 비교적 균질적이고, 학습 동기도 잘 갖춰져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정착됐습니다.
덧붙인다면, 교사 멘토링도 중요합니다.
교사가 토론에 직접 개입하진 않지만, 학생들이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해당 교과 선생님께 질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밖에, 관련 도서 3권을 함께 읽는 것도 이해를 돕는 장치입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보충하면서 개념이 더 명확해지죠.
다행히 '위대한 수업'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래픽 등 뛰어난 영상으로 제작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생각보다 쉽게 접근합니다.
서현아 앵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고, 대학에서도 진로적성과 관련한 교육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도 이 같은 인문과 철학 강의를 주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운영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있는지도 함께 말씀해 주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인호 교감/ 경기 용인외대부고
가장 중요한 건 '자율성'입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핵심이에요.
교사가 답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답을 찾아가도록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처음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이게 입시에 도움이 되냐?'는 의문들도 있었지요.
하지만 1년 정도 지나니까 선배들의 생기부나 대학 면접 사례를 보면서, 깊이 있는 사고력이 오히려 진학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습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평가'였습니다. 토론과 질문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에 중점을 둡니다.
얼마나 성실하게 참여했는지,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를 봅니다.
팀별 활동과 활동 기록지를 함께 평가하면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마인드셋이 중요합니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함께 배운다'는 자세가 필요하죠.
위대한 수업을 보면서 교사들도 지적 자극을 받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확산되려면,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는 인내심, 그리고 학생을 믿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앞으로 이 수업을 확대하거나 발전시킬 계획이 있으신가요?
외대부고가 그리는 중·장기적 수업 모델도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인호 교감/ 경기 용인외대부고
EBS와의 협력으로 '그레이트 마인즈'라는 플랫폼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앞으로 더욱 확대 발전시킬 수 있을 겁니다.
우선, 발표 외에도 논술 등 글쓰기 역량을 기르는 데도 이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또한 교과 수업과의 연계도 강화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 시간에 폴 크루그먼 강의를 활용하고, 철학 시간에 마이클 샌델을 접목하는 식이죠.
학교는 더욱 '질문과 토론이 넘치는 공간'이 될 겁니다.
AI 시대에는 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왜?'라는 근본적 질문, 그것이 우리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해외 석학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기회도 만들고 싶습니다.
위대한 수업을 듣고 생긴 질문을 직접 석학들에게 던져보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미래의 '위대한 수업' 강연자가 되길 바랍니다.
세계를 향해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이 외대부고가 그리는 미래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앞으로 AI의 시대, 지식의 양보다 중요한 건 '왜'라고 묻는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 석학의 강의를 교실로 끌어온 외대부고의 시도가 우리 교육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앞으로도 지켜보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아정 기자newsbae@ebs.co.kr / EB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