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논문 작성이 국내외 대학 진학에 유리할 것 같아 도전했어요. 막상 주제를 정하고 현지 취재와 인터넷 자료 조사 후 논문을 완성하고 나니 학문적 글쓰기 훈련에 큰 도움이 됐어요.”(김민수군)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 졸업반 학생들이 최근 영어논문집 ‘하프스 저널(HAFS Journal)’을 펴냈다. 학생논문편집편찬동아리(STEP)에서 낸 이 논문집에는 ‘한·미 FTA 이익의 최적점을 찾아서’(윤정휘), ‘한국 이주노동자 실태와 법규 연구’(권용환), ‘게임산업 시장을 통해 본 한국의 국민성 고찰’(박재영), ‘미국 공공도서관과 한국 공공도서관 비교 연구’(이선교 외 3명), ‘시뮬레이션을 통한 아인슈타인 랜덤워크 고찰’(김충은), ‘싱가포르의 경제성장 연구’(김민수·김학준) 등 논문 10편이 실려 있다. 외고생이지만, 200장 분량의 논문을 영어로 쓰긴 쉽지 않은 일이다. 24일 이들을 만나 영어논문 작성법을 들었다. 왼쪽부터 박재영, 김민수, 윤정휘군, 이선교양, 권용환, 김충은군. [용인=김현동 기자] 미국·싱가포르 취재 후 논문 작성 이선교양과 김민수군은 2학년 여름방학 때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청소년, 세계를 가다’ 프로그램에 참가해 미국과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영어논문 기획안이 통과돼 현장을 직접 취재한 후 논문을 완성했다. 이양은 ‘미국의 힘은 도서관’이란 제목의 신문 기사를 읽고 논문 주제를 정했다. 사서들과 인터뷰 약속을 잡느라 새벽까지 전화통을 붙들고 있었다는 이양은 뉴욕 미드맨해튼도서관·앤드루 헤이스킬 도서관, 워싱턴DC 국회도서관 등 10곳을 취재해 장서가 부족하고 열람실 기능이 강한 한국의 학교·공공도서관과 지역문화 공간 역할을 하는 미국 도서관을 비교 분석했다. 김군은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과 도시개발청(URA)을 방문했다. 어학연수 경험이 없다는 김군은 “주택보급률 100%인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정책을 취재하면서 ‘내가 과연 영어논문을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논문집을 손에 쥐고 보니 웬만한 영작 실력이 있는 고교생이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것 같다”며 웃었다. 윤정휘군은 한국과 농업경제 규모가 비슷한 이스라엘이 미국과 어떻게 FTA를 체결했는지 분석했다. 수학 매트랩프로그램을 이용해 한국과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이익의 최적점을 찾아냈다. 윤군은 “통계 데이터를 찾느라 겨울방학 때 하루 5시간씩 자료와 씨름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관련 논문을 쓴 권군은 1학년 때부터 외국인노동자를 돕는 봉사동아리 ‘하프스 엔젤스’에서 활동했다. 권군은 “자신의 경험을 살리거나 흥미 있는 분야의 주제를 정하면 어렵지 않게 영어논문을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과학논문을 쓴 김충은군은 “다소 까다로운 주제를 잡아 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고교생 수준에 맞춰 논문을 쓰는 게 완성도를 높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영작 실력보다 논문 작성 능력이 더 중요” 박군은 “영어논문은 영작 실력보다 자료를 수집하고 깊이 있게 탐구할 줄 아는 논문 작성 능력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초록-서론-본론-결론을 논리정연하게 전개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박군의 논문은 ‘청소년문화포럼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이들은 “참고문헌, 주석을 꼼꼼하게 달아야 표절이나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학술논문용 고급어휘 대신 쉬운 어휘와 간결한 문장으로 논문을 완성했다. “예를 들면 ‘Impoverished nation(가난한 나라)’ 대신 ‘Poorest nation’을 써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권용환군)는 것이다. 윤군은 “해외 대학에 진학한 후 학문적 글쓰기 능력이 부족해 고전하는 선배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영어논문 한편을 완성한 후 학문적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사전이 너덜너덜해질 만큼 보면서 영어실력이 자연스럽게 늘었다”며 “구글을 서핑해 대학교수가 쓴 논문을 찾아 읽고 전문용어나 난해한 표현은 학교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덧붙였다. 용인=박길자 기자 , 사진=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