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한국외대 부속 외국어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외국어대학 부속 외국어고등학교가 새로운 교육 방식과 목표로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어로만 수업을 하는 국제반을 운영하고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은 여느 외고와 다른 점이다. 민족사관고교와 외고의 장점을 접목시킨 교육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방과 후에도 학생들이 시간계획표에 따라 공부와 토론을 계속하고 음악과 체육 등 예능 활동에도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고 있는 점도 이 학교의 특색이다.

용인시와 한국외대가 손잡고 만든 관·학협력의 특목고, 최종 합격자 350명의 토플 CBT 평균점수 269.2점, 지난해 입학 경쟁률 9.6대 1.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왕산리 한국외대 부속 외국어고등학교(www.hafs.hs.kr)는 개교 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각계각층의 교육계 인사, 용인시 관계자와 지역 주민 그리고 언론의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외대 부속 외고를 지난 21일 찾았다. 학교는 여전히 언론의 관심사였다. 이 날도 한 방송사에서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밀착 취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외고 운영의 역할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 대원외고 교장 남봉철(60) 교장과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교감으로 재직했던 박하식(49)교감은 교육계의 스타가 됐다. 이들을 찾는 외고 입시 전문학원의 문의 전화도 끊이질 않았다.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국제반 운영

외대 부속 외고가 다른 외고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국제반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민사고에서 국제반을 운영해 성공한 경험이 있는 박하식 교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반 3개반을 개설하고 입학 때부터 영어전공자 105명을 선발했다. 올해 국제반 입학생의 60%는 1년 이상 해외 체류 경험이 있다.

국제반의 교육 목표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이들은 전원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정규 수업을 듣고 방과후 특기적성 교육의 형태로 유학반을 운영하는 서울 지역 외고와는 차이가 있다. 외대 부속 외고는 미국 고교생들이 배우는 영어 교과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일반 고교의 교육 과정을 영어로 배운다.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SAT시험과 AP과목 이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학문을 배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공부부터 생활지도까지… 인성 교육 저절로

외대 부속 외고가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비결은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공부에서부터 생활지도까지 집에서 신경쓸 것이 없다. 외대 부속 외고 재학생들은 매월 넷째주 주말 이틀 동안 의무적으로 집에 다녀온다. 그외의 모든 날은 학교에서 생활한다.

전교생의 기상 시간은 새벽 6시.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영자신문을 읽는 것이다. 정규수업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이후 밤 9시까지 선택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수학·과학 심화 과정을 비롯해 10개의 과목이 개설돼 있고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따라 시간표를 짜서 추가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밤 9시30분∼11시30분에는 기숙사 층별로 4∼5명이 소그룹을 이뤄 영어토론을 한다. 아침에 읽은 영자 신문의 이슈가 토론 주제가 된다. 기숙사 각층에는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할 수 있는 한국외대 대학원생들이 사감을 맡아 정주하며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영어토론을 돕는다. 토론을 마친 후부터는 밤 12시까지 각자 방에서 공부할 수 있다. 이후에도 공부하기 원하는 학생들은 새벽 1시까지 기숙사 9층 열람실에 모여 공부한다.

음악과 체육 수업도 특색이 있다. 외대 부속 외고 재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모두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익혀야 한다. 학교에서는 정규 음악 시간 외에 주말을 이용해 자신이 선택한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강사를 섭외해준다.1인당 5000∼3만원 정도의 레슨비로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

체육 역시 마찬가지다. 졸업할 때가지 전교생이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를 익혀야 한다. 농구, 축구, 탁구 등 다양한 신체 활동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주로 체육 수업은 3∼4개 반이 합반해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종목을 집중적으로 동시에 수업하게 된다.

●용인지역 중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 계기

외대 부속 외고는 용인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이 지역 출신 중학생의 30%를 우선 선발하는 지역할당제 덕분이다. 백숙희 용인시청 문화관광과 교육지원담당은 “지역의 명문고가 생기면서 수원이나 분당으로 빠져나가는 중학생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면서 “이 학교가 용인지역 중학생에게 도전해야 할 새로운 목표가 되면서 전체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역 출신의 30%를 선발하는 지역할당제가 다른 지역 외고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할당이기 때문에 전형을 결정하면서 많이 주저했다. 일부 교육 관계자들 역시 지역 출신 학생과 기타 지역 학생들의 실력 차이가 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하식 교감의 생각은 다르다. 박 교감은 30% 지역할당제를 놓고 용인 지역 학생들이 경쟁하면 오히려 할당제를 통해 입학한 학생들이 실력이나 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외대 부속 외고는 전국 16개 시·도의 학생들이 모이는 만큼 실력과 문화적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을 감안해 입학 전에 예비학교를 운영한다.6주 동안의 합숙을 통해서 학생들의 수준을 고르게 맞추는 것이다. 또 정규 수업 후 선택적 수업을 수준별로 진행해 학생의 실력에 따른 맞춤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요즘 외대 부속 외고는 제2기숙사를 짓고 있다. 한국외대가 용인캠퍼스의 부지를 제공하고 용인시가 198억원을 지원해 학교를 완공했다. 용인시는 특목고 육성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외대는 외국어 교육의 노하우를 부속 외고와 공유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지원 교사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교사 24명을 선발하는데 총 591명이 지원해 23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교사의 98%가 석사 학위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다.

용인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세계적 디자이너 앙드레 김 동·서양식 교복 직접 디자인

외대부속 외고의 교복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앙드레김이 교복을 직접 디자인한 것은 이 학교가 처음이다. 앙드레김은 “외대부속 외고 교복은 내가 예술작품으로 디자인한 최초의 교복”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앙드레김이 외대부속 외고 교복 디자인에 참여한 것은 아들 김중도(26)씨 때문이다. 중도씨는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 아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앙드레김은 중도씨가 대학에 다니는 동안 학교를 종종 방문했고 외대와 돈독한 인연을 맺게 됐다.

외대와의 인연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던 그는 지난해 11월 외국어 인재를 양성할 외대 부속 외고가 설립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학교의 교복 디자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기존 교복의 개념을 과감하게 버린 정장 형식의 서양식 재킷과 둥근 목선의 동양식 재킷 등 총 10피스로 남녀 교복을 제작했다. 남색과 노란색을 대비시킨 서양식 재킷은 공식적인 행사용이다. 동양식 재킷은 공부하는 학생들이 입는 옷인 만큼 어깨선과 가슴품을 넉넉하게 만들어 평상시에 편안하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여학생들의 치마는 진한 남색과 붉은 체크 무늬 두벌로 제작해 번갈아 입을 수 있다. 치마 길이가 무릎 위로 올라올 정도로 일반 교복보다 짧아서 귀엽고 발랄한 느낌이다.

이 교복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 1월 앙드레김의 교복을 제작하기로 약속한 교복 전문 의류업체가 그의 디자인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교복을 만들어오자 앙드레김이 호통을 쳤다고 한다. 결국 외대측은 동문 인맥을 가동해 부속 외고 교복을 제작해줄 업체를 찾았다.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외대 동문이 경영하는 의류업체에 제작을 맡겼다. 교복 제작에 참여한 보끄레머천다이징 온앤온 이문영 부장은 “교복 제작 시간이 촉박해 설연휴도 쉬지 못하고 작업을 계속해서 겨우 개교에 맞춰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어고등학교는?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왕산리 산232번지 일대 32필지

▲사립 특수목적고등학교

▲영어과(국제반)3학급, 프랑스어과 1학급, 독일어과 1학급, 중국어과 3학급, 일본어과 2학급

▲학년당 10학급

▲학급당 정원 35명, 현재 재학생 350명.

▲1개월 등록금과 기숙사비 95만원. 기타 방과후 선택 수업 참여에 따라 5만∼10만원 가량 추가됨.

▲전화 (031)332-0700

기사일자 : 2005년 04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