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외고 특집 ① 킬리만자로 등반한 ‘아프리카 탐험대

“후배들, 기회 있을 때 꼭 다녀와라!”
의료봉사, 고아원 봉사, 킬리만자로 등반…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드라마

지난 7월 28일경 킬리만자로의 최고봉인 우후루봉(5895m)을 오른 학생들이 있었다. 고산병으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 숨쉬기도 힘들었던 어린 학생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이끌어가면서 행군을 이어갔으며 마침내 정상에 도착해 눈물을 흘렸다.
공부할 시간도 모자랄 것 같은 외대외고 아프리카 탐험대(대장 김민주) 학생들이 킬리만자로 등반을 비롯해 아프리카 탐험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

역경에 맞서는 사람들 보며 자신의 오만 반성해
아프리카 탐험대 8명의 학생들은 역할을 나눠 출발 전부터 준비를 했다. 대장과 부대장을 선출하고 사진반에서 활동하는 승준 군이 사진을 맡고 한수민 양과 양홍직 군은 기수, 정동은 양은 환자관리, 민현 군과 심영재 군은 봉사를 맡았다. 또 아프리카의 기후, 환경, 역사와 마사이족의 생활모습, 각 국가의 특징 등 과제를 정해서 사전조사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탐험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탄자니아에 있는 응고롱고로, 킬리만자로 등을 탐험하고 돌아왔다. 미지의 세계 아프리카를 체험한 학생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궁금했다.
“질병과 기아 등으로 무척 어렵게 생활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곳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열심히 개척하면서, 역경에 맞서고 있었어요. ‘아, 내가 오만했구나’하고 반성했어요.”(대장 김민주)
“산에서 완전한 신체적 탈진상태를 경험했어요. 몸이 꼼짝도 할 수 없도록 무겁고 힘이 하나도 없는,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태였어요. 그때 친구의 도움을 받았어요. 도움이 참 필요한 거구나 하고 느꼈죠.”(부대장 최정혁)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진짜 아프리카를 본 것은 듣는 것과 달랐어요.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리보다 더 못사는 나라에서도 나누면서 산다는 것을 알았어요. 앞으로 나누면서 살아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조민현)

못 갈 거라는 주변 걱정이 힘 북돋아
눈과 우박을 뚫고 킬리만자로 정상에 올라선 학생들의 감회는 남다를 것 같았다. 특히 고산병으로 고생하며 오른 산은 그 느낌이 다를 터였다. 탐험대 중 4명이 정상에 올랐다.
“친구들한테 끌려서 정상에 도착했는데 조금 정신이 들더라구요. 뭔가 특이한 일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혼자 가위바위보를 했어요. 그래서 전 ‘세계 최초로 우후루봉에서 혼자 가위바위보 한 사람’이 되었어요.”
완전탈진상태에서도 친구들 도움으로 킬리만자로 정상에 올라선 정혁 군의 엉뚱한 행동에 자리는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밤새 걸어서 아침 8시 24분 17초에 정상에 도착했어요. 걷다보니 아무도 없고 저 혼자 걷고 있는 거예요. 구름과 우박, 눈 때문에 2m 앞도 보이지 않았어요. 언제 도착하나 짜증내면서 터벅터벅 걷는데 앞을 누가 가로막으면서 ‘Congratulation!’ 하더니 저를 안아주더라구요. 정상이라는 표지판을 안고 막 울었어요.”
정상에 도착했다는 증표로 돌 하나를 주워온 민주 양은 정상에서 혼자 친구를 기다렸다. 나중에 도착한 심영재 군은 “힘들어서 느낌이 없고 멍했어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정상까지 갔어요”라고 느낌을 전했다.
정동은 양은 몸집이 작아 모두에게 걱정을 들었던 것이 오히려 약이 되었다고 했다.
“남들이 못 갈 것 같다고 하니까 오기가 생겨서 나도 잘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상에 도착해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좋다는 것도 모르겠고.”

온몸으로 느끼는 봉사활동
학생들은 부족마을을 찾아가 봉사활동도 했다. 진정한 의미의 봉사를 느끼고 올 수 있는 자리였다고. 잡초를 베는 일도 돕고 밭에서 일을 돕기도 했으며 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놀아주고 공부를 가르쳐주고 청소를 해주기도 했다. 나무 베기도 잘 했다는 홍직 군은 일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곳이 2년째 건기라서 무척 가물대요. 그래서 잡초로 비료를 만들어 팔고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냥 이거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또 의료진으로 함께 간 동은 양의 아버지는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는데 1년간의 휴가를 모아 탐험대를 따라나섰다고 한다. 활동을 옆에서 지켜본 학생들은 그 멋진 모습에 반했다.
“아프리카 같이 의료혜택을 못 받는 나라에 가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빠의 꿈이었대요. 그래서 같이 가게 되었는데 가면서 약도 한 가방 들고 가셨어요. 가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왔어요. 나중에 약이 부족해서 아빠가 안타까워 하셨어요.”

아프리카 각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 풍습 있어
내년에 선배들의 뒤를 이어 아프리카 탐험을 떠날 후배들에게 해 줄 조언 한 마디를 물었다.
“아프리카도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서 추워요.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요.”(한승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프리카에 있는 각 나라마다, 부족마다 문화와 역사가 있어요. 그런 점을 잘 이해하고 가야할 것 같아요.”(정동은)
“각 나라와 부족의 문화, 언어, 풍습에 대한 기본준비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마사이족은 사진을 못 찍게 해요. 영혼을 뺏긴다고 생각한대요.”(조민현)
“공부하기 바쁘기 때문에 다음에 간다는 생각을 버리고 기회 있을 때 꼭 다녀오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심영재)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어요.”(양홍직)

학생들을 인솔했던 문민구 교사(진로지도부)는 “아프리카 탐험 계획은 앞만 보고 빨리 달리기만 했던 학생들이 뒤를 돌아보고 천천히 걸으면서 느리게 걷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었다”며 “실제 학생들이 그런 점을 많이 깨닫고 온 듯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어른들도 쉽게 하지 못할 일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에게 이번 여름방학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이 추억을 떠올리며 당당하게 이겨낼 것이다.

분당내일신문 10.9-15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